「격발」등장인물 이름의 의미 (스포 有)
첫귀 때 플톡을 들으면서 '4계절을 상징하는 4명의 남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때는 그냥 설이가 차가우니까 겨울, 온후는 따뜻하니까 봄. 봄이 겨울을 녹인다 그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핸섬 본명이 너무 오그라든다, 인소 같아서 깬다 이런 반응들을 보면서...흠 그 정도인가? 나는 괜찮은데 하면서 넘어갔고...
이후 재탕을 하면서 느꼈는데 등장인물 하나하나 이름이 다 특이하고 범상치가 않은 것임!!
조연 중의 조연조차 웬만하면 일상에서 보고 들을 수 없는 이름들이니까ㅋㅋ
그리고 깨달았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의 이름이 날씨나 계절과 관련이 있다는 거!!!
격발단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ㅎㅎ 내가 정리하고 싶어서 끄적여 본다.
- 핸섬=지온후(溫厚)
- 사전적 의미는 부드럽고 후덕하다는 뜻이지만 '따뜻한 온溫'자가 사용됨
- 의심의 여지 없이 봄을 상징하는 남자
- 이스터에그 사건 이후로 감정에 손상이 와 사이코패스적 기질이 생긴 것 같지만 설이에게는 진심으로 따뜻하다
- 짙은 흑발이라서 백발인 스노우와 대비가 됨. 스노우의 환상에서 검은 고양이 무스가 핸섬으로 변하기도 함
(이건 이름이나 날씨랑 상관없지만 쓰고 싶어서ㅋ) - 스노우=김설(雪)=김소한(小寒)
- 눈밭에 버려져서 '설雪'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고아소년
- 그래서 생일도 1월 1일. 탄생화는 스노우드롭
- 눈처럼 흰 피부에 차가운 성격으로 겨울을 상징한다
- 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외로움을 느끼고 사람을 그리워하는 따뜻함을 지니고 있음
- 첫트랙 출소할 때 눈밟는 뽀드득 소리, 하얀 두부를 먹는 장면, 머리도 백발로 탈색하는 등 스노우의 주변은 온통 눈과 흰색을 연상시키는 장치들로 가득하다
- 심지어 용이 만들어준 가짜 여권의 이름마저 '김소한小寒'이다. '대한이 소한집에 놀러갔다가 얼어죽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제로는 대한보다는 소한이 더 추운 경우가 많음. 격발 세계관에서 '가장 차가운 남자'임을 보여주려는 작가님의 의지가 느껴짐ㅎㅎ 다른 인물들을 보아도 가을 정도까지는 많은데 겨울과 관련된 인물은 설이가 유일함
(경찰인 설이의 또다른 이름 김제오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기로) - 용=용교하
- 교하라는 단어는 없는 것 같으나, '여름 하夏'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됨
- 다혈질의 뜨거운 여름을 상징하는 남자
- 겨울남자 설이랑은 상성상 접점이 없는 상극일 수밖에 없다. 여름이 아무리 뜨거워도 눈을 녹이는 건 여름이 아니라 봄이니까 - 용대서(大暑)
- 24절기 중 가장 무덥다는 대서. 과연 용교하(여름)의 아버지다운 이름이다 - 맥아저씨=송맥헌
- 가을을 상징하는 남자인데 직접적으로 날씨나 계절과 연관된 이름은 아니다
- 이름에 '보리 맥麥'이 들어가서 맥아저씨인데, 보통은 가을에 보리를 파종하니까 가을인 것으로! - 송청명(淸明)=윤춘(春)
- 24절기 중 날이 가장 맑다는 청명은 4월 5일
- 일비민 잠입명인 윤춘은 아예 대놓고 봄이다
- 핸섬이 나타나기 전까지 스노우의 유일한 친구였고 삶의 이유였던 또다른 봄
- 청명 또한 봄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청명(봄)을 죽인 것이 용(여름)이라는 것도 뭔가 상징적임. 계절적으로 봄을 끝내는 건 여름이니까 - 정낙수(落水)와 백로(白露)
- 낙수는 빗물
- 백로는 24절기 중 15번째로서 9월 9일.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고 가을이 시작되는 시기 - 박월(月)
- 왜 박월만 박월일까 한참 생각해 봤음
- 스노우보다 5살이나 많지만 깍듯하게 형님으로 모시고 잘 따랐다고 하지. 그래서 태양 주위를 도는 달인건가...
- 그래도 하늘에 떠 있는 천체니까 뭔가 날씨랑 연관되는 느낌은 있음
- 근데 눈 오는 밤에는 달도 안 보일텐데...그래서 월설이 사약인 거 - 망종(芒種)
- 24절기 중 아홉번째. 6월 6일
- 벼와 같은 곡식의 종자를 뿌리기에 적당한 시기로 모내기와 보리베기에 알맞은 때
- 이름만 보면 맥아저씨는 망종을 조심해야 할듯 ㄷㄷㄷ - 상강(霜降)
- 24절기 중 18번째. 10월 23일
-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때
그 외에 유다의 코드네임이 꽃이름, 식물이름이라는 건 널리 알려져있다.
(아몬은 그냥 악마라는 뜻인 거 같고... 미류는 아마도 미류나무? 근데 미류는 유다도 아닌데 식물이름인가.. 그러고 보니 맥아저씨도 식물이름이네ㅎㅎ)
+
이름에 관한 생각을 하다가 또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따로 글 쓰기도 뭣하고 덧붙여봄
정낙수(비), 백로(이슬), 스노우(눈)는 셋 다 '물'과 관련된 기상현상인데 캐릭터 측면에서도 연관성이 있다.
쌍둥이인 백로를 정낙수의 또다른 자아로 해석한다면, 정낙수와 백로는 기부왕의 탈을 쓴 범죄자인 반면, 스노우는 범죄자의 탈을 쓴 경찰이니까..
비와 이슬, 눈이 모두 성분은 H2O로 동일하지만 주위 환경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것처럼
백로의 대사에서도 드러나듯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쌍둥이라도 성장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
똑같이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고아였지만 정낙수는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자라 성공하고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지만,
백로는 자신이 그런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무기밀매상이 되었다며 그건 자기 탓이 아니라고 말한다.
잠입경찰을 다룬 무간도나 페이스오프 같은 영화처럼 격발에서도
자신이 경찰인지 범죄자인지 점점 알 수 없게 되어가는 스노우의 정체성 혼란이 자주 드러난다.
게다가 설이는 원래부터 엄청 모범생은 아니었고 단지 경찰을 동경하던 고아 출신의 비행청소년이기도 했기 때문에,
'내가 누구인가', '나의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내적 갈등이 더 심했을 것이다.
결국, 태어나면서 결정되는 절대선과 절대악은 없는 것이고,
물이 주변 환경에 따라 비가 되고 이슬이 되고 눈이 되는 것처럼,
사람은 성장환경과 자신이 현재 처한 조건에 따라 그에 맞는 사람이 되는 것일 뿐
안경잡이 학생회장 지온후가 살인을 밥먹듯하는 유다가 된 것도,
경찰 따위 비웃던 청명이 경찰이 되고 결국 죽음을 당한 것도,
꿈꾸던 경찰이 되어 멋지게 임무에 성공한 경찰특공대원 김제오 경위가 조폭이 되고 무장강도가 된 것도
모두 자신의 의지라기 보다는 주어진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앞으로 핸섬과 스노우의 인생이 어떻게 풀리게 될지는 몰라도 서로 구원자를 만났으니 지금까지보다는 덜 혼란스럽고 더 행복할 거라고 믿음!